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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으로 가방 / Illustrator 정인하
작성자 onemorebag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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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542

정인하 작가의 그림은 춤을 춘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 가만히 누워있는 고양이, 가만히 구워진 빵의 그림들인데도 흔들흔들 춤을 춘다. 어느 여름날, 선풍기 바람에 살랑살랑 커튼이 넘실대는 시원한 거실 바닥에 옆으로 누워 얼룩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수박을 까먹는 상상이 몸 주변으로 피어오른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 같다. 시간의 감각을 잃은 채 작가의 지난 그림을 모두 훑고 나니 어깨에 짊어진 짐, 화려하게 포장된 매일이 무겁게 느껴졌다. 두둥실 떠오르고 싶어졌다.




그림에 자유로움이 강한데, 일러스트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그렸지만 일로 삼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림과 관련된 직업으로는 화가나 만화가 정도 밖에 몰랐거든요. 그러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진학해서 일을 하려는데 잘 안 맞더라고요. 디자인을 하면서도 그림을 직접 그려서 소스로 사용하곤 했는데, 그 무렵 즈음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영역과 접하게 되었고 에이전시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를 시작했어요. 주로 어린이 그림책 일을 하고 개인적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은 블로그나 SNS에 올리고 있어요. 그림으로 책이나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요.

요즘의 그림도 그렇지만, 예전 그림들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간결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진이나 글에서 엿보이는 작가님의 성향이나 생활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할까요.
감정이 차오르지만 짐짓 괜찮다는 듯한 의뭉스러운 느낌이 좋아요. 담담하고 모호한 것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담백한 그림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되도록 덧붙이기보다는 빼려고 하는 편이에요.

간혹 동양화의 느낌도 받아요. 여백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평소에 어떤 걸 많이 찾아다니시는지.
음악을 많이 들어요. 장르는 가리지 않지만, 처음엔 심심하다가도 갑자기 엇?! 하고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있거든요. 자기만의 속도와 틈을 가지고 있는 음악을 발견하면 빠져들어요. 형태는 조용하지만 감정은 조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실까요. 그런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초 신타, 아베 히로시, 이토 히데오 등의 일본 그림책 작가를 좋아해요. 그리고 마티스. 이우경의 그림도요(특히 ‘속초에서’라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주로 연필/펜을 이용한 수채화를 그리시는데, 그 사이사이에 가위로 오린 듯한 사진 콜라주도 섞여있는 느낌이 재미있어요.
연필과 물감의 조합은 강하지 않고 흔들거리는 느낌 때문에 애용해요. 이런 하늘거림에 하드한 블랙이 섞인 감도를 좋아해요. 콜라주는 가위나 종이의 물성 때문에 우연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무심하게 잘랐는데 엇나간 것이 좋아서 그대로 쓰기도 하고, 어떤 면을 잘랐는데 그 뒷면이 예상치 못하게 아름다워 그걸 쓰기도 하고요.

웃기려고 의도하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잔잔한 위트가 담겨 자꾸 미소 짓게 만들어요.
어쨌든 웃는 게 좋으니 저도 모르게 자꾸 실없는 유머를 하게 돼요. 독자들이 적절한 포인트에서 웃으면 뿌듯해지기도 하고요. 진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틈새에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림체나 컬러, 스토리에서 편안함과 친근함을 많이 받아요. 언젠가부터 대중매체에서도 '완벽하지 않음'이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글이나 음악보다 그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못 그린 듯 잘 그린 그림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만들기를 바라고요. 독립출판도 그런 흐름과 맞닿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조금 모자라더라도 자기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요. 하지만 모자람을 의도해서는 안되고, 주체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세련된 기술이 필요하겠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님의 그림은 어떤 건가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자신의 그림은? 그 둘이 일치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실제로 일할 때 자주 드는 고민이에요.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그림은 제 마음에 드는 개인작업 위주예요. 특히 이 작업들을 좋아해 주시면 기쁘고 힘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일 때문에 그리는 그림들(어린이 책, 잡지 등)은 제 취향보다는 컨셉이나 상황에 맞춰야 해서 어려울 때가 있죠. 이 둘의 간극을 좁히려고 꾸준히 노력 중이에요.

그림일기를 많이 그리시는데, 쉽지 않은 일일 것 같거든요. 작아도 멈추지 않는 성실함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그 힘에 대해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수영도 진짜 열심히..)
여행 중에 상념을 끄적이거나 드로잉을 하거나 금전 기록 중심으로 그림일기를 쓰곤 했는데, 지나고 보면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특히 금전 기록!). 그래서 2014년 봄에 제주도 여행을 떠나면서는 여행 그림일기를 쓰자고 마음먹었어요(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log.naver.com/jeykiki). 그게 여행 동기는 아니었지만, 여행을 즐겁게 해주더라고요.

아침마다 지정한 노트에 드로잉과 글을 세 페이지씩 쓰는데, 정신이 멍하고 사심도 없는 상태에서 그린 것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많이 나왔어요.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좋은 게 슬쩍 나오더라고요. 제 그림은 공들여야 성공하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그릴수록 건질 것들이 생겨요. 성실하게 생활할 때 좋은 그림이 나오고 상태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 멈추기 전까지는 끝이 없는 일이라 시작하기 전엔 겁나고 귀찮지만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만들어져요.

수영은 계속하고 있어요. 최근에 슬럼프라 시무룩했는데 지난주부터 갑자기 나아지고 있어요. 수영도 업 다운이 있더라고요. 이유를 알 수 없이 잘 안 풀릴 때도 마음을 내려놓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그러다 또 슬럼프가 오기도 하고. 그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뭐든 멈추지 않을 때 얻게 되는 것이 있어요.

[두부와 그림], [수수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 작업들을 책으로 정리해보고 싶어서 출간한 독립출판물이에요. [수수한 순간]은 물에 관련한 그림들이나 그 흐름에 맞는 그림들을 엮었고, [두부와 그림]은 그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그림일기 컨셉으로 만들었어요.

또 계획 중이신 출판물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책들을 만드는 경험은 정말 재미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도 남아요. 특히 [두부와 그림]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욕심부리진 않았나 싶거든요. 다음엔 좀 더 정리되고 정제된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림책도 생각하고 있고요. 아름답고 좋은 책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서울에 거주하시다가 외곽으로 이사하셨죠. 북적거림에서 조금 떨어져 사는 건 어떤가요? 작품에 영향을 많이 줄 것 같아요.
서울이 아니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어요. 다만 결혼 전후로 일상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내적으로 적응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특히 결혼식을 올리면서 수많은 소비들에 치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지치더라고요. 가만히 앉아 책을 읽거나 차분하게 곱씹으며 작업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젠 일 년쯤 지나 제 시간을 가지면서 예전의 리듬을 되찾고 있어요.

그림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포인트는 아마 소소함이 아닐까 해요. 베이킹이라던지 자수도 자주 하시던데, 혼자놀기 또한 소소함에서 시작되는 거겠죠.
딱히 소소하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런 느낌을 갖고 있나 봐요. 맛있고 귀여운 간식을 마음에 드는 접시에 담아놓고 앉아있는 모습을 떠올려요. 흐흐. 빵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그릇도 좋아해서 자주 그리고요. 자수나 위빙은 작업의 테두리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걸 만들고 싶은,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해요. 특히 자수는 실로 만드는 드로잉이라 계속 하고 싶어요.

카프카가 이런 말을 했었죠. "우리에게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작가님을 보며 어쩌면 이걸 가장 잘 실천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었어요.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저도 항상 헤매고, 다시 잘 굴러가다가도 또 헤매기 일쑤니까요. 하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시간을 보낼 때 작업도 잘되고, 작업이 잘 되면 머리에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이의 글이나 마음에 더 수용적이 되고요. 일단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 마음이 안정되어야 다른 소소한 것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러고 보면 혼자 작업하는 작가들은 고양이를 참 좋아해요.
저도 제가 고양이를 기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우연한 기회에 데려온 아기 고양이가 이젠 너무 애틋한 중년 고양이가 되어버렸네요. 다옹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고양이에 무심했기 때문에 다옹이 어릴 적 사진이 몇 장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진이 어마어마하게 쌓였어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계절이 바뀌고 시간별로 달라지는 고양이의 하루가 저의 하루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행복해요. 매일 보는데도 더 귀여워지기만 하네요, 신기하게.

원모어백과 콜라보 천가방을 제작하신다고요. 어떤 가방인가요?
원모어백에서 고양이와 봄을 그린 그림으로 가방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주셨어요.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봄기운에 폴짝 뛰어오른 느낌의 고양이와 손글씨를 조합한 스케치가 나왔는데 마음에 들어 여러 장 그려봤어요. 그중 두 장의 그림이 가방으로 나오게 됐어요.

interviewee정인하 http://blog.naver.com/jeykiki
interviewerTHE, A 더콤마에이 thecomma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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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으로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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